책소개
한때는 순수미술의 세계와 광고의 세계 사이에 실제로 장벽이 존재했다. 지금은 아니다. 광고주가 제품을 팔기 위해, 유명한 회화를 주저 없이 사용하는 문화에, 우리는 살고 있다. 반대로 예술가는 광고를 사용해 작품을 만든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누가 이런 차이를 만들었는가? 배리 호프먼은 그만의 독특한 안목과 20년의 실무 경험을 통해 우리를 아이디어와 이미지, 그리고 인물과 제품의 도발적 여행으로 안내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과 제품은 모두 우리가 매일같이 그 중요성을 깨닫는 혼성적 문화에 기여해 왔다.
다빈치의 모나리자,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보티첼리의 비너스, 그리고 워홀의 스프 깡통 같은 예술사의 아이콘이 장난스럽게 이용된다.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마찬가지로 윌렘 드 쿠닝, 제이컵 로렌스, 르네 마그리트같이, 흔히 보기 어려운 거장의 대표적인 작품도 등장한다. 그는 광고와 미술의 경계가 사라지는 그곳에서, 대미언 허스트, 바바라 크루거, 제프 쿤즈 같은 현대의 미술가들이 어떻게 작업하는가를 보여준다.
광고 거장과 예술계 인사의 삐딱한 시선으로 각각의 도발적인 장(‘고급예술에 대한 계급적 갈망’, ‘팝아트, 혹은 광고가 된 예술’, ‘가장 위대한 퇴락’)을 더욱 맛깔 나게 만들면서, 호프먼은 예술과 광고 사이에 실재했던 간극이 어떻게 좁혀지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200자평
다빈치의 모나리자,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보티첼리의 비너스, 앤디 워홀의 팝아트, 달리의 초현실주의, 바우하우스, 키치 미술 등의 수많은 예술 작품은 광고 크리에이티브에 어떻게 기여했을까? 예술이 광고의 외연을 넓히는 데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알아본다. 예술이 광고에 이용되고, 광고가 예술적 가치를 얻으면서 광고와 예술의 경계가 무너지는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된다.
지은이
배리 호프먼
영 앤드 루비캠(Young & Rubicam)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New Yorker, People, The Wall Street Journal, IBM, Unisys, Xerox와 같은 다양한 영역에서 광고를 만들어 많은 상을 받았다. 스티브 켈리 잡지광고상(Steve E. Kelley Magazine Advertising Awards)이나 앤디(Andy), 클리오(Clio) 같은 저명한 광고상의 심사위원이었다. 광고 일을 하기 전에는 하버드대학교에서 미국 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그곳과 매사추세츠대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쳤다.
옮긴이
윤태일
한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교수다.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광고대행사 한컴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다가 SK텔레콤 홍보실로 옮겨 광고홍보관리 업무를 수행했다. 그 후 미국으로 건너가 테네시대학교와 미주리대학교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광고회사의 형성』(2011), 『국제마케팅커뮤니케이션』(2012) 등을 공동 집필하고 『광고와 예술』(2009), 『플랫랜드』(2009)를 번역했으며 “The border-crossing of habitus”, “신명커뮤니케이션 서설(序說)” 등의 논문을 썼다.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 유전자로 꼽히는 신명을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 천착하여, 우리 나름의 신명 커뮤니케이션 이론을 정립하는 것이 그의 주요 관심 분야다.
차례
옮긴이의 말
서장
1장 고급예술에 대한 계급적 갈망
2장 예술의 경쾌한 비틀기, 아이러니
3장 벌거벗은 진실
4장 미디어의 여왕, 모나리자
5장 헬로 달리
6장 예술의 패트론과 패키지
7장 팝아트, 혹은 광고가 된 예술
8장 앱솔루트, 혹은 예술이 된 광고
9장 가장 위대한 퇴락
책속으로
한때는‘부적절한 만남’으로까지 간주되던 광고와 예술의 만남이 최근 더욱 빈번해지고 더욱 대담해지고 있다. 이른바 예술 마케팅 혹은 미학적 마케팅 등의 이름으로. 그 만남도 단순히 광고 속에 순수예술 작품을 활용하는 수준을 벗어나고 있다. 제품 디자인과 포장, 백화점 등 유통기관의 예술 행사 개최, 작품 발표 형식의 이벤트와 전시 등 마케팅의 각 단계에서 예술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굳이 예술 작품과 결합하지 않더라도, 광고 그 자체는 거의 모든 예술 장르가 융합된 일종의 종합예술이다. 예술계에서도 예술 작품에 대한 마케팅 전략이 도입되고 있고, 예술가의 브랜드화가 노골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이처럼 광고가 본질적으로 예술과 친연성이 있고, 순수예술과의 다양한 만남이 시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광고와 예술의 관계를 진지하게 논구한 책은 이제까지 별로 소개되지 않았다. 배리 호프먼의 『The Fine Art of Advertising: Irreverent, Irrepressible, Irresistibly Ironic』(New York: Stewart, Tabori & Chang, 2002)을 옮긴 이 책은 그런 점에서 광고와 예술의 만남을 본격적으로 다룬, 몇 안 되는 책 중 하나다.
_ ‘옮긴이의 말’ 중에서
문화비평의 위계질서 속에서 광고와 예술 사이에 그어진 금은 매우 선명했다. 예술은 고급스럽고, 광고는 저급하다. 예술은 엘리트적이고 정치하게 다듬어졌다. 광고는 조야하고 대중적이다. 예술은 독창적이고, 광고는 파생적이다. 예술은 자신의 개인적 비전을 표현하려는 사람들에 의해 창조된 산물이다. 광고는 제품을 판매하여 돈을 벌려는 사람들에 의해 창조된다. 예술은 그것이 표현하는 통찰력의 진실에 의해 정의된다. 광고는 뻔한 진실의 통찰력을 표현한다. 예술은 불편할 정도로 정직하다. 광고는 정직해야 할 경우에만 정직하며, 그나마도 종종 정직하지 못할 때가 있다. 예술은 영원하다. 광고는 덧없고 찰나적이다.
소비문화의 도래로 이렇게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이 책은 순수예술과 광고가 만나는 문화적 공간에 대해 새롭게 조명하려 한다.
이 책은 포괄적이면서 열린 질문 두 가지를 던진다. 광고주는 그들의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순수예술’을 어떻게 이용하는가? 광고는‘순수예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_ ‘서장’ 중에서